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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세 경영인, 그들은 누구인가?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결혼식이 큰 화제를 모았다. 비공개임에도 취재진과 일반인들이 구름처럼 몰려 차기 오너 경영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반인들이 대기업 후계 경영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근본 이유는 호기심이다. 선망의 대상인 ‘부잣집 아들딸’은 무얼 먹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경계해서다. 때문에 그들의 삶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다.

공인임에도 살아가는 모습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후계 경영인들.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헤럴드경제가 연중기획으로 파헤쳐본다.

▶‘새벽형’에 열정 DNA로 꽉 찬 사람들=본지가 대한상의와 함께 국내 1012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3세 경영인들이 창업주나 2세에 비해 더 나은 자질을 갖췄다고 믿는 응답이 38.6%에 달했다. 반대 의견은 17.6%에 그쳤다. 평가를 유보한 응답자가 많았지만, 후계 경영인에 대한 기대가 큼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인들이 후계 경영인들에게 거는 기대의 배경에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 창업주와 2세 경영인은 자신의 역량과 도제식 훈련을 통해 사업을 이끈 데 비해, 3세들은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거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그룹 후계 경영인들의 공통점은 ‘새벽형 인간’이라는 점이다. 게으름이란 용납되지 않는다.

대표적 인물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다.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그는 오전 6시30분이면 회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의 출근시간은 7시30분 전후다.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8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들어선다. 출근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단잠에 빠져 있는 새벽 5시 전후면 모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이부진 사장은 평소 퇴근시간이 일정하지만 급한 업무가 있으면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다.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 한 임원이 급한 보고건이 있어 새벽 1시께 이 부사장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답신이 들어와 있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부서장이 보고하는 관행을 깨고 실무 담당자가 직접 보고토록 하는가 하면, 출장 중에는 메일로 보고받고 실시간으로 피드백해준다. 권위와 격식을 버리고 효율을 택한 것이다. 그는 출장 중에도 항상 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대기업 후계 경영인들은 성격이 ‘까칠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대부분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평을 얻고 있다. 어릴 적부터 몸가짐에 대한 가정교육을 철저히 받은 덕택이다.

▶외로운 그들…운동으로 스트레스 풀고 그들만의 모임에도 적극적=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대기업 후계자들이지만 알고 보면 이들도 외로운 사람들이다. 분 단위로 스케줄을 관리하다 보니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세간의 이목을 피해야 하는 숙명 때문에 마음 편하게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이런 까닭에 3세 경영인들은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푼다. 이재용 사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강남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체력을 다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짬짬이 수영으로 몸을 만들고, 정지이 전무는 선수급 수영실력을 갖췄다. 조현준 사장은 미국 유학시절 야구와 미식축구 학교대표를 지냈을 만큼 운동에 일가견이 있다.

이들은 친교에 도움이 된다며 골프에도 열심이다. 이재용 사장은 싱글 수준이며, 정의선 부회장은 80대를 친다.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도 취미란에 골프를 적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운동이 아닌 다른 취미로 여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부진 사장은 시간이 나면 독서를 하고, 정지이 전무는 공연 및 영화 감상을 즐긴다. 정용진 부회장은 클래식음악과 발레에 조예가 깊다.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실력도 프로급이라고 한다.

인간적 소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이들은 대부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들만의 모임’을 갖는다. 대부분 유학파들이라 출신학교 중심으로 선후배끼리 만나기도 하고, 친한 이들이 연결돼 정기모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재계 3세 사교모임에 우연히 자리를 함께했던 한 재계 인사는 “일반인과 언론 앞에서 웃는 얼굴을 잘 보이지 않던 그들이 서로 ‘형, 동생’ 하며 격의없는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그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상상이 갔다”고 말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일반인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정용진 부회장, 이우현 OCI 부사장, 박세창 전무 등은 소셜 네트워크의 총아인 트위터를 자주 애용한다.

늘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용진 부회장은 맛집을 특히 자주 찾는다. 또 새로 나온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의선 부회장은 냉면과 김치찌개 등 서민적인 한식을 좋아한다. 정지이 전무는 임직원들과 사내식당을 수시로 이용한다. 식사시간을 소통과 덕목을 갖추기 위한 트레이닝 과정으로 생각하는 후계 경영인이 의외로 많다.

<특별취재팀/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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