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뭘 할까를 사전에 정말 열심히 들여다 봤다.”(마케팅전략 김진희 과장), “정장 입다가 슈퍼맨 옷입는 클라크처럼 디자인의 정체성을 깨고 싶었다.”(제품디자인 최중호 연구원), “중간에 경쟁사의 1.2GHz 출시로 씁쓸했다. 성능 극대화 측면에서 전체를 변경했다.”(하드웨어 유남영 책임연구원)
연구개발 인력은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 그러나 모두들 열정 하나로 수개월 씩 밤을 지샌 이들이다.
스마트폰의 ‘페라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그들은 결국 ▷세계 최초 1.5GHz 듀얼코어 CPU를 탑재하고 ▷국내 최초 듀얼모드 스마트 디스플레이와 ▷듀얼 사운드 스피커 ▷휴대폰 제조사 첫 독자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적용한 ‘베가 레이서’를 만들어 냈다.
임성재 마케팅본부장은 “지난 20년간 팬택이 가져온 열정과 혼 모든 것을 이 제품에 담았다”고 했다.
팬택이 독하게 만들었다는 ‘베가 레이서’를 직접 써 봤다. 역시 속도감이 압권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S2’와 비교할 경우 그래픽 처리 속도는 비슷하지만 CPU를 사용하는 웹 브라우징 속도가 더 우세했다. ‘베가S’ 보다는 최고 2.5배나 빨랐다.
애초 1.2GHz를 목표로 만들었으나 ‘갤럭시S2’가 1GHz에서 1.2GHz로 업그레이드 되자 전부 뜯어 고쳤다. 퀄컴의 칩셋 양산 시점을 6월에서 5월로 앞당기고, 부품 양산과 제품 생산을 맞추는 방법으로 마침내 ‘세계 최초 1.5GHz 듀얼코어 탑재’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아이폰4’와 별 차이를 못느낄 정도로 화면 넘김도 부드러워졌다. 아이콘을 비롯한 UI(사용자 환경)는 안드로이드 특유의 밋밋함에서 벗어나 아기자기한 ‘스카이 방식’으로 모두 커스터마이징 했다. 상단 메뉴의 시크릿뷰를 누르면 정면에서만 화면이 보이는 사생활 보호가 작동했으며, 7가지나 제공되는 홈 화면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상하면에 듀얼 스피커를 배치해 엔터테인먼트 환경에도 대비했다. 두께(9mm대 초반)와 무게(120g 안팎)로 대표되는 휴대성은 ‘갤럭시S2’(8.9㎜, 121g) 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반 다른 경쟁 제품 보다 훨씬 뛰어났다. 특히 4.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지만 펑퍼짐하진 않았다.
그립감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세로폭을 늘리고 좌우 베젤(디스플레이 테두리)을 줄이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SK텔레콤 출시 버전(IM-A760S)의 경우 좌우폭이 65.6mm에 불과하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뒷커버도 2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베가 레이서’는 국내 100만대를 포함해 글로벌 300~400만대 판매가 목표다. 국내에선 5월말부터 SKT, KT로, 6월에는 LG U+로도 출시되며 가격은 ‘갤럭시S2’ 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문지욱 중앙연구소장은 “거를 수 있는 문제는 모두 거르고 나간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다만 최강 속도를 위해 산고 끝에 채택한 퀄컴사의 1.5GHz 듀얼코어 CPU가 충분히 검증이 안된 점, ‘갤럭시S2’와는 동일하지만 ‘모토로라 아트릭스’(1930mAh)에는 미치지 못하는 배터리 용량(1620mAh)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김대연 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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