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에 2000원씩 입금
5번 반복 16억입금 유혹
스팸성 메일 무차별 유포
직장인 이모(34) 씨는 며칠 전 스팸성 메일을 받았다. 바로 휴지통에 버리려다 호기심에 첨부파일을 열었다. 신종 금융 네트워크 금융사업이라며 1만원만 투자하면 15억원을 번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평소 로또를 즐겨하는 이 씨는 속는 셈치고 무작위로 수천통의 메일을 보내다 지쳐 버렸다. 공연히 1만원만 버리고 기분이 씁쓸했다.
“하루에 1시간만 투자하세요! 메일만 보내시면 처음에는 용돈벌이부터 차츰 돈이 모여 내집 장만도 할 수 있습니다. 단돈 1만원을 투자해서 합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금융네트워크 조직망 사업입니다.”
‘상부상조의 품앗이’라며 다단계 방식의 신종 금융사기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무작위로 발송된 메일은 5명의 명단을 첨부하고 이들의 은행계좌번호를 병기하고 있다.
메일은 이들 5명의 계좌에 2000원씩 입금하면 회원으로 가입이 성사되며, 입금영수증은 회원가입증이므로 보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입금했다는 내용을 알려준 메일로 보내면, e-메일추출기와 발송기 사용법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이러한 방식은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일명 ‘피라미드’)를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5명에게 입금한 뒤 명단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사람을 지우고 본인 이름과 계좌번호를 가장 아래 적은 다음, 받은 메일을 무작위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메일에는 평균 1~3%의 회신율이 있어 회신율을 1%라고 가정하면 1500통을 보낼 경우 15명으로부터 2000원씩 입금이 된다고 소개한다.
이들 15명이 같은 방식으로 1500통을 보내면 225명(15명×15명)이 2000원씩 보내 45만원이 입금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서 지워질 때까지 16억2000만원이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e-메일추출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메일주소는 자신이 메일을 보낼 사람에게는 본인 메일로 바꿔 보내라고 지시하고 있어 이 같은 방식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구조이다.
또한 메일은 실제 사례라며 “2000만원의 카드빚으로 이자만 200만원이 넘었는데, 50일 만에 통장입금액이 1672만4000원이 됐다”거나 “변호사인 친구는 쉬엄쉬엄 놀면서 3개월 동안 23억4000만원을 벌었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읽는 이를 현혹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우편연방 복권법 18조 1302항에서 1342항에 따르면 100% 합법적인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앞서 미국 네트워크 마케팅 프로그램에서 번역된 것으로, 실제 우리나라에는 일부 지식인층 사이에만 사용돼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쓰고 있다.
현혹된 메일 수신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과잉친절도 눈에 띈다. 자신의 통장에 입금한 사람들이 돈 2000원 때문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미 가입자가 수백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피라미드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형사책임도 물을 수 없다며 안심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서 사이버팀 관계자는 “피해액수가 적어 개인이 피해 접수를 하지 않을 것을 이용한 신종 금융수법”이라며, 유사수신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며 소액 피해자들이 민원이나 진정을 제기하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형ㆍ박병국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