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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될성부른’ 작품 잘 고르면 수익 막대…문화기업 이미지도 덤
리움 소장 ‘그랑 팜므’ 10년새 9배 껑충

신세계 명품관 소장 작품들 수십배 올라

汎삼성가 국내 미술계 영향력 막강


외국작품에만 올인 국내작가 고사 지적도


앞서 가는 유명 기업들은 왜 너나없이 미술품 컬렉션에 목을 매는 걸까? 

요즘 들어 국내에서도 ‘아트(Art)’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의 경우 작품값도 만만찮고, 희귀하기 때문에 손에 넣기 힘든데도 기업들이 앞다퉈 컬렉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수작을 골랐을 경우 여러모로 반사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력 있고, 예술에 애정이 있는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해볼 만한 게임인 것이다.

무엇보다 10~20년이 지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게 아트 컬렉션의 매력이다. 게다가 문화를 사랑하는 기업, 미술을 이해하는 세련된 기업이란 이미지도 제고된다. 투자도 되고, 평판도 좋아지니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물론 미술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작품을 사면 되팔 수 없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순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걸작을 소장한 기업’이란 무형의 가치는 돈으로 셀 수 없는, 그야말로 천금 같은 가치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 중인 자코메티의 조각 ‘그랑 팜므’(2.7m)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리움은 이 조각을 지난 1996년 300만달러에 구입했는데 지난 200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똑같은 작품이 2748만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10년새 9배가 오른 것. 더구나 작년 2월 소더비 런던경매에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높이 1.8m)이 치열한 경합 끝에 1억393만달러(약 1197억원)에 팔리며 현대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로써 리움이 소장한 ‘그랑 팜므’도 만약 지금 미술시장에 내놓는다면 최소 5000만달러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코메티의 대형 조각은 몇 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마켓에 나왔다 하면 곧바로 경합이 이뤄진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입구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과 ‘스파이더’. 어미와 새끼 거미를 통해 모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미국 일본 주요 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오른쪽은 신세계 본점옥상에 있던‘ 스파이더’. 제프 쿤스 조각으로 대체됐다. 박현구기자/phko@heraldcorp.com
자코메티의 조각뿐이 아니다. 리움이 컬렉션한 마크 로스코, 게르하르트 리히터, 윌렘 드 쿠닝, 앤디 워홀, 알렉산더 칼더, 사이 톰블리, 도날드 저드 등의 회화와 조각은 수집 이후 약 5~50배씩 올랐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로스코, 리히터 등의 작품은 아무리 높은 값을 줘도 구할 수 없어 ‘50배, 100배’ 하는 가격 비교가 무의미할 뿐이다.

신세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점 본관을 명품관으로 조성하며 사들인 작품이 수십배씩 올라 신세계 측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비롯해 헨리 무어, 토니 스미스, 호안 미로 등 대부분의 조각들이 알짜배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전문성을 갖춘 오너들이 컬렉션을 챙기며 향후 경쟁력있는 작품을 수집하자 국내에도 볼 만한 작품들이 속속 늘고 있다. 이 중에는 미술관 소장품도 있고, 법인 컬렉션도 있다. 또 개인 차원에서 구입한 것도 적지않다.

반면에 아깝게 주요 작품을 놓친 사례도 더러 있다. 어머니인 홍라희 관장은 마음에 들어했으나 모네의 ‘수련’ 같은 우아한 작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사장의 반대로 ‘행복한 눈물’은 결국 바다 건너 미국 컬렉터에게로 넘어갔다. 2002년 약 80억원이었던 작품은 현재 30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 왼쪽은 삼성 비자금 파문의 핵이었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2002년 80억원대였으나 300억원을 호가한다. 현재 미국 컬렉터가 보유 중이다. 삼성 리움이 소장 중인 자코메티 작‘ 그랑 팜므’(2.7m), 가운데는 작년 2월 런던 경매에서 1197억원에 낙찰된 ‘걸어가는 사람’(1.8m).
우리 기업들의 경쟁적인 아트 컬렉션은 1980년대 반 고흐, 르느와르 등 인상파 작품을 대거 수집한 일본 기업들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다른 점은 우리 기업들은 이제 면밀한 정보력과 국제적인 네트워크 등을 통해 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구입한다는 점. 또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마크 퀸 등 미술계 관계자가 아니면 듣도 보도 못한 현대작가들에게 올인하고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 그만큼 전후 현대미술의 향후 가격이 오를 만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계 추세도 현대미술 마켓이 더욱 뜨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지의 기업들이 너무 외국 작품 수집에 올인해 우리 작가들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중국의 ‘미술 큰손’들처럼 자국의 작품에도 애정과 지지를 쏟는 문화가 우리에게도 확산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날로 늘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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