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들턴의 날이다. 윌리엄 왕자는 관심 밖이다. 오직 미들턴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울지가 관건이다.”
영국 서북부 워링톤에서 로열웨딩을 보기 위해 런던에 온 바조리 윌리엄스(71)의 말은 영국인들뿐 아니라 ‘세기의 결혼’을 지켜보는 세계인의 마음을 대변한다. 영국 왕실 역사상 최초의 평민 왕자비로 이름을 올릴 케이트 미들턴(29ㆍ본명은 캐서린 엘리자베스 미들턴)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은 오늘 30년 만에 거행되는 로열웨딩 데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신데렐라’로 여겨지는 미들턴을 두고 당당하게 사랑을 지켜낸 신세대란 평이 있는가 하면 일찍부터 신분상승을 목표로 윌리엄 왕자를 노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러나 미들턴에 대한 흥미성 보도가 가라앉으면서 그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 타임스의 발렌티노 로우는 “언론은 지난 9년 간 미들턴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쏟아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미들턴은 파티용품 사업을 하는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특히 외가가 광부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탄광에서 궁전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한 신데렐라로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왕실 전기작가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자신의 저서 ‘윌리엄과 케이트: 왕실 러브 스토리’에서 미들턴이 10대 시절 기숙사 방 벽에 윌리엄 왕자의 사진을 붙여 놓고 ‘미래의 남편’으로 점찍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약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사실인지를 묻는 질문에 미들턴은 웃으며 “(윌리엄 왕자는) 사실이길 바랄 것이나 당시 윌리엄 왕자가 아닌 청바지 모델 사진을 벽에 붙여 놨었다”고 털어놨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시절 윌리엄 왕자를 처음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한 뒤 미들턴에겐 ‘기다리는 케이트’란 별명이 붙었다.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지 않고 왕자의 청혼만을 기다린다는 비아냥 섞인 조롱이었다.
이후 한 차례 결별 등 위기가 이어졌지만 미들턴은 그 흔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도 만들지 않은 채 차분하고 신중히 행동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때론 자신의 사생활을 캐낸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 받은 보상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가 하면 혼인서약 문구에서 ‘순종(obey)’이란 단어를 삭제하는 등 신세대 다운 당찬 면모도 보여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들턴이 확고한 중산층 배경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친조부는 왕실 공군 소속 파일럿이었고 친가는 대대로 영국 리즈 지역의 변호사 및 상인 출신”이라고 전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도 “미들턴을 신데렐라로 일컫는 것은 잘못된 비유”라면서 그는 영국에서 가장 비싼 교육을 받은 부유한 엘리트라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인 케이트 레어든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미들턴은 제 역할을 훌륭히 해 왔다”면서 “품위 있고 신중한 언행 등을 갖춘 새 왕자비를 우리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