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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오늘을 기록하는 의미”…37년 전을 떠올린 이유
“스물한 살 때였어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직후 레코딩 요청이 왔죠. 저는 ‘준비가 안 됐다’며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네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지금의 네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보고 싶어하고 네 색깔을 발견할 것이다. 더 잘 하고 발전하는 모습도 좋지만 현재의 모습도 중요하다.’ 그래도 결국엔 안 했어요. 그로부터 37년이 지났고, 지금 생각하면 나 역시 그때의 결정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유니버설뮤직그룹인터내셔널(UMGI)의 음반발매계약 조인식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이 말했다. 그가 37년 전 자신을 떠올린 것은 ‘서울시향의 오늘’ 때문이다.

도이치그라모폰(DG) 레이블로 장기 음반발매 계약을 맺은 것은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다. DG는 세계 최대 메이저 음반 회사이자 전 세계 클래식 음반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유니버설뮤직그룹인터내셔널 산하 레이블이다. 1898년 창립 이후 카루소, 샬리아핀과 같은 레코딩 산업 초기시절의 거장에서부터 푸르트벵글러, 카라얀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를 녹음해왔다. 


‘현재를 기록하는 의미’를 알기에, 그리고 그의 목표인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시켰다. 이날 참석한 김주호 서울시향 대표도 “정명훈의 음반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며 “시간이 지나면 향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음악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40년 전 뉴욕에서 공부할 때 ‘한국 학생들은 개별적으로는 재능이 탁월한데 모이질 않는다. 그러니 좋은 오케스트라가 있을 수 없다’란 얘길 들어 마음이 아팠다”며 “오케스트라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단원과 후원, 알아주는 관객만 있으면 계속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서울시향은 앞으로 5년 간 매년 2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로 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목적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예술감독을 맡은지 6년 째에 클래식 음악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DG와 음반 계약을 맺게 됐다”며 “5년 간 꾸준한 음반 작업과 해외 투어 등을 지속해 정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됐다’는 평가를 듣게 되면 만족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으로 서울시향의 첫 음반은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향은 드뷔시, 라벨을 비롯한 프랑스 레퍼토리뿐 아니라 말러 교향곡 1번과 2번을 녹음을 끝내고 마스터링 작업 중에 있다. 올해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말러 교향곡 9번을 녹음할 계획이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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