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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패형 자산관리 수단 '헤지펀드'>기초자산 간 뒤틀린 가격차이에 베팅
⑤ 차익거래 전략
고평가 자산에 쇼트

저평가 자산에 롱 포지션

가격 불일치 이용해 수익

쌍매매·시장중립 전략



국어사전에 돈을 벌어들인다는 뜻의 단어는 꽤 여러 가지다. ‘이익(利益)’은 일정 기간의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차액이다. ‘수익(收益)’은 경제활동의 대가로서 얻은 경제가치다. 그런데 ‘차익(差益)’의 뜻은 조금 다르다. 매매의 결과나 가격, 환시세의 개정 등 ‘변동’ 따위로 생기는 이익이다. 바로 이 ‘변동’이 차익거래의 핵심개념이다.

헤지펀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차익거래는 가격차이(spread)의 방향에 대한 베팅이다.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산들 간에 상대적인 가격의 불일치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한다. 기본 가정은 가격의 불일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진다는 데 있다.

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산들 간 상관관계다. 이 때문에 주로 선택되는 것은 동일한 환경 변화에 일정하게 반응하는 동종업종 내 업체들, 자회사 가치와 밀접할 수밖에 없는 지주사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산들이다. 쉽게 말해 같이 움직이거나 반대로 움직이는 관계들이다.

롱ㆍ쇼트 전략은 동일 자산에 대한 양방향 투자, 특히 쇼트를 통해 하락위험을 회피하는 게 핵심인 반면 차익거래 전략은 관계의 틀어짐이 바로 잡힐 것이라는 데 투자한다. 즉 지금 두 기초자산 간 관계가 얼마나 뒤틀렸느냐가 기대수익의 범위다. 일종의 쌍매매(pair trading) 전략으로 시장중립 전략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모두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오랜 기간 두 회사의 가치추이를 살펴봤을 때 삼성전자 주가만 높고 하이닉스 주가는 너무 낮은 수준일 수 있다. 이때는 삼성전자가 너무 고평가됐거나, 하이닉스가 심하게 저평가된 경우다. 따라서 하이닉스에 롱 포지션을 정하고, 혹시 모를 삼성전자의 고평가 가능성에 대비해 쇼트 포지션을 정할 수 있다. 두 자산 간 격차가 줄어들면 들수록 수익이 극대화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간 가치차이가 역사적 수준보다 더 좁을 경우에는 삼성전자에 롱, 하이닉스에 쇼트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차익거래 전략의 기본개념을 이해하면 헤지펀드 매니저뿐 아니라 일반인도 투자판단에 활용할 만하다. 최근 전문가들로부터 잦은 추천을 받고 있는 지주회사 투자는 가장 좋은 예다.

지주회사의 가치는 자회사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지주회사의 시가총액과 지주사 보유 자회사 지분가치를 시계열 그래프로 그려보면 두 자산 간 가치차이의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지주사의 자회사 가치는 유가증권으로서의 가치가 아닌 지분법 평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시총보다는 실적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하지만 주가가 미래실적에 대한 현재의 평가인 만큼 충분한 유의성은 있다.

지주사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을 경우 지주사에 롱, 자회사에 쇼트를, 반대의 경우에는 지주사 쇼트, 자회사 롱 포지션을 취하면 된다.

국내 간판 지주사인 ㈜LG는 현재 보유한 LG화학과 LG전자 지분의 시가총액이 회사 전체 시총을 넘어서고 있다. LG전자의 부진으로 LG화학 가치의 급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따라서 LG전자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LG에 롱 포지션을 취할 만하다.

차익거래 전략의 성공 여부는 투자대상 가치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에 달려있다. 업황 외에도 실적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전략은 헤지펀드 매니저 간의 실력에 따라 성과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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