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차 세계대전 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을 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일본 자금의 해외 자본시장 투자) 청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엔 캐리 청산이 본격화되면 신흥시장에 투입된 외국인 자금의 동반 이탈을 부추겨 증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금은 6조6000억원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약 1.8%를 차지한다. 채권시장에 투자된 돈은 7082억원으로 약 1%를 차지한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일(현지시간) 한때 달러당 76.52엔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소폭 반등했다. 이는 지난 1995년 4월 19일의 전후 최저 환율인 79.75엔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복구 및 피해 보상 과정에서 엔 캐리 청산, 즉 일본으로의 자금 회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 내 연기금 및 보험 등이 국외 자산을 매각해 일본으로 자금을 송금하면서 엔화가 3개월 만에 17% 절상됐던 점도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 주요 채권국 중 하나라는 점은 국외자산 매각을 통한 일본 내로의 송금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엔화 강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진에 따른 피해 규모와 복구비용 등이 고베 대지진 당시보다 더 많은 엔화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복구자금 조달과정에서 엔 캐리 청산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보여 당분간 엔화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