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계화…지속가능한‘제3의 길’있다
시장만능-反세계화 탈피

선진국 경제 맹목추종보다

특수성 고려한 정책 필요

상대적 우위 영역 육성

정부차원 역할 중요성 강조




각국이 부의 분배문제로 들끓고 있다. 세계화가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몰렸다. 그동안 북미식 경제프로그램을 모범답안처럼 따랐던 국가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무역장벽과 가격통제를 없애고 공기업 민영화, 긴축예산, 국가부채규모 축소,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 자유화 등 교과서대로 따랐지만 빈부격차는 나아지지 않고 성률을 보면 한숨소리가 터져나온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세계화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세가 뚝 꺾였지만 그렇다고 뚜렷하게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뜨거웠던 세계화 논쟁은 끝난 것일까. 그 중심에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가 있다. 그러나 그의 위치는 시장만능주의와 세계화 반대론자들의 양극단에서 물러나 있다. 소모적인 논쟁 대신 그는 대안을 들고 나섰다. 로드릭은 2009년 내놓은 저서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One Economics, Many Recipes:Globalization, Institutions, and Economic Growth)’에서 제3의 길을 제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장만능, 무조건적인 무역자유화는 반대다. 대신 좋은 경제정책과 좋은 정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로드릭이 찾아낸 경제성장과 제도, 세계화의 함수관계를 자세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세 요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기 위해 과거 20~30년 동안 나타난 경제성장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한다. 그가 찾아낸 성공사례의 일반적인 특징은 저마다 적합한 국가정책을 선택하고 세계화의 힘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이다.

즉 다른 나라의 성공 로드맵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지는 건 아니란 얘기다. 로드릭은 재산권보호, 시장기반 경쟁, 적절한 인센티브, 견실한 화폐정책과 같은 1차적 경제원칙들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런 원칙들은 정해진 정책 패키지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창의적인 조합이다. 각 나라의 기회요인과 제약요소를 반영하는 각국의 맥락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모범답안은 하나가 아니다.

대신 로드릭은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제약조건들을 파악하는 틀을 제시한다.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라는 진단작업을 통해 실제로 로드릭이 엘살바도르,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에 적용한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성장억압요인을 분석해 내려가는 틀로 이 나무의 맨 꼭대기엔 사회적 수익이 충분하지 않거나 사회적 수익과 사적 수익의 괴리, 혹은 자금확보의 어려움 등이 자리잡는다. 예를 들어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경제는 높은 실질금리,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 외생적 외자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 중 무엇이 가장 심각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는지 파악한 뒤 아래 단계로 이동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의 불을 지핀 뒤 이를 지속성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로드릭은 한국을 중국과 인도 대만 등과 함께 폭발적 경제성장을 이룬 성공사례로 소개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을 촉발하는 것과 이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도의 생산성으로 가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필수. 이는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상대적 우위로 여겨지는 영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창업촉진을 통해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과 제도의 중요성이 있다.

로드릭이 제시하는 지속성장을 위한 로드맵은 비교적 선명하다. 무엇보다 각국의 특수성을 따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치체제는 참여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무역개방에 대한 조언도 있다. 로드릭은 지금 무역개방성은 전례없이 높은 상태라고 더 이상의 추가개방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진국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을 얻어내느라 자국의 정책적 자율성을 부분적으로나마 포기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이득은 일부 산업집단에 돌아가지만 실은 국민 전체에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로드릭의 논지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하다. 세계화 문제와 무조건적인 자유무역 정책 반대, 정부의 개입과 개발도상국 우대 등 장하준 교수의 입장과 같다. 그러나 장 교수가 신고전주의에 반대하는 반면 로드릭은 신고전주의가 경제학적 분석의 도구로서 여전히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사회현상을 각 개인이 취하는, 목적을 가진 행동의 총합으로 보고 경제주체들의 영향관계를 통해 경제적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경제문제를 제대로 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까지 말한다. 실증적인 사례와 데이터 분석에 바탕한 로드릭의 정책 제안은 현장에 서 있는 이들에게 더 설득적이다.

[이미지 제공=북돋움]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