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개강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묻지마 수강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울상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1~2월 1차 수강신청을 마쳤다. 28일부터 개강 이후 한주 동안은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시간표를 정정할 수 있는 수강정정기간. 그러나 교수가 강의계획서를 올리지 않거나 강의를 맡을 교수나 강사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일 개강을 앞둔 서울 A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11개의 전공선택과목 중 절반에 달하는 5개의 과목에 강의계획서가 등록돼있지 않다. 3,4학년 전공과목인 ‘한국현대작가론’과 ‘한국고전문학과문헌학’ 과목의 경우는 강의를 맡을 교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23일 1차 수강신청을 마친 서울 B대학교 문화관광학부도 전공선택과목인 ‘문화예술과제도’는 수강신청이 종료되던 23일까지 강의계획서도 없고 담당 교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C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신입생ㆍ편입생이 주로 듣는 기초수학 등 전공기초과목 모두 강의계획서가 등록돼 있지 않았다.
학생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B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5ㆍ여)씨는 “이번 학기에 신청한 6과목 중 2과목은 강의계획서를 볼 수 없고 1과목은 교수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은 과제를 몇시간만 늦게 내도 점수가 감점되는데 (교수들은) 강의계획서 업데이트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4년 내내 이런 고민만 하다가 졸업한다”며 일부 교수들의 게으른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신입생이나 편입생들은 과목에 대한 정보를 알 길이 없어 난감하다. 올해 C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편입한 박모(23ㆍ여)씨는 “중국어를 전공하다 이공계로 교차지원한 탓에 과목 이름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결국 다른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대학 측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A대학 학사과 관계자는 “수강신청 전에 강의계획서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특별한 제재 규정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강신청 때마다 일부 학생들이 강의계획서를 빨리 올려달라며 건의 전화가 오곤 하지만 교수들이 개인적 일정도 있고 바쁘다 보니 수강신청 기간 전에 못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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