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안 다쳤는데 왜 그러냐”
KTX 열차가 또다시 고장이다.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 정작 KTX 측은 무신경한 반응이다.
지난 26일 오전 9시27분 동대구역을 출발한 KTX-산천 354호 열차가 김천 구미역 인근에서 기관 출력 이상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전역에 예정시각보다 26분 늦게 도착했다.
25일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오던 KTX 106호 열차가 경기 화성시 매송면 부근에서 열감지센서 오작동으로 인해 40여분간 운행이 지연됐다.
지난 11일에는 KTX-산천 열차가 경부고속철도 상행구간 광명역 인근에서 처음으로 탈선 사고가 있었다. 노후케이블 교체 공사업체의 너트 분실, 코레일 직원의 임시조치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선로전환기의 오작동을 초래했다.
6일에도 고장 사고가 있었다. 부산역에서 서울발 KTX-산천 열차가 출발 직전 배터리가 고장나는 바람에 다른 열차로 교체됐다.
2월 한 달간 무려 4번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사람도 안 다쳤는데 왜들 그러냐”며 무신경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의 발이 묶이고 불안감은 커져가는 상황에 정작 위험성에 적극 대비해야하는 코레일 측에서 안정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열차사고는 으레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잇따른 사고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둘러싸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KTX 노조에서는 현재 사고 원인을 지난 2009년 감행한 정원감축에서 찾고 있다.
당시 허준영 사장은 정원 5115명 감축을 단행했다. 이에 현장 유지보수 인력은 총 2985명으로 차량분야 1202명, 시설 989명, 전기 766명 등이다. 전체 구조조정 인력의 57.9%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 정원이 감축되니 안전운행을 위한 점검도 줄 수밖에 없다. 기존 2주에 1회 실시하던 신호설비는 월 1회 점검으로 조정됐고, 월 1회 시행되던 역무자동설비도 분기별 점검으로 변경됐다. 무선설비 일일점검은 폐지된 상황.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안전운행을 위한 점검을 할 인력이 부족한 것에서 사고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산 부품들의 안정화가 덜 된 채로 성급하게 운행에 투입된 점을 사고원인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형 고속철인 KTX-산천에서 문제를 일으킨 부품들은 모터블럭과 제동장치, 배터리 등 열차의 핵심부품이었다. 이는 그러다 보니 KTX-산천이 국산화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운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크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나 국토해양부 측은 KTX-산천의 차량 결함이나 차량 시스템의 불안전성 가능성을 부인하며 경험이나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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