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례는 전세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가격 부담이 덜한 소형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은 전세 비율도 낮고, 고액 아파트들이 많아 대출 받기도 힘들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서울 양천구의 A씨는 올해 초에 4억5000만원에 나온 급매물을 매입했다. 전세 2년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원은 올려 달라고 하자, 차라리 대출을 받고 내집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악구 봉천동에 B씨도 작년 말에 봉천동 관악캠퍼스타워 82㎡를 1억7000만원에 샀다. 전세금이 1억2500만원으로 올라 4500만원만 있으면 매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목동의 G공인중개사는 “요즘 목동은 호가가 오르는 중이라 선뜻 매매에 나서지는 못하고,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손님이 많다”고 전한다.
특히 분당, 용인 등의 지역은 매맷값은 크게 떨어진 반면,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올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넘는 아파트들도 많다. 매매가격이 2억원이라면 전세가격이 1억4000만원에다, 6000만원만 대출 받으면 내집이 되는 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u-보금자리론 대출(고정금리 우대형 4.2%) 을 이용해 6000만원을 대출 받는다면, 월 20여 만원 이자 부담만 지면 된다.
이처럼 전세난 부담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해보려고 생각을 하는 수요자는 많지만, 실제로 거래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직은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용인시 상현동의 J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전세를 찾으러 왔다가 전셋값 오른 걸 놀라 매매를 해볼까 하는 수요자들은 꽤 있는데 아직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달말 대출규제 완화 등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최근에는 일단 3월까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한다.
전세에서 매매를 전환하려는 수요자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따라서 투자금액 부담이 덜한 소형 중심으로 움직임이 크다.
용인시 성복동의 H공인중개사는 “소형은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은 많이 오른 반면 투자금액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소형 중심으로 매매를 해볼까 하는 수요가 많다”고 전한다.
분당신도시는 작년 12월부터 문의가 많았고, 올 1월에는 실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분당동의 H공인중개사는 “분당신도시는 워낙 전세비율이 높아 전세에 사느니 차라리 매매할 만 하다”고 말한다.
통상 과거 집값 흐름을 보면 시차는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이 곧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세가 너무 오르면 그 부담으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도 많고, 전세 안고 매매하는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집값 상승기인 지난 1998년 말 전세 가격이 급등한 후 99년 매매가 상승을 불러왔고, 이는 재차 99년 상반기 전세 가격 급등과 99년 말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 또 2000년 전셋값 상승은 이듬해인 2001년 말~2002년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은 후행적 동반상승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소가 여전히 많아 전세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해서 무턱대고 매매에 나서서는 위험하다”며 “금리와 대출규제 완화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서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비, 집값 상승 가치가 있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주남 기자 @nk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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