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은 흐느낌과 안타까운 눈물로 고인을 보낸 조문객들이 자리를 내준 8시30분께 비로소 유족들이 어머니,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유족들은 절을 하고 위패와 영정을 향해 성수를 뿌리며 “고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기도로 고인에게 작별을 고했다. 유족들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들썩이는 작은 어깨가 더 이상 달래줄 어머니, 할머니가 없음을 실감하게 했다.
고인은 이어 구리 토평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르고 용인천주교공원에서 영면의 길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발간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제목처럼 ‘못 가본 길’을 떠나는 고인은 마지막 모습도 화려한 꾸밈새 없이 소박하던 평소 문체를 닮아 담담했다. 그러나 그를 그리는 지인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난 이후에도 아쉬움을 거두지 못하고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박완서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성의 삶을 잔잔히 대변한 작가”라고 고인을 기리며 “지난해 책이 나온 이후 9월께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마지막을 직접 지켜보지 못한 독자들은 글 속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찾는 것으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박완서 작가의 타계 소식은 서점가에 ‘박완서 열풍’을 몰고와 지난 22일과 23일 사이 고인의 소설과 산문집은 판매량이 평소의 6배 가까이 늘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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