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수교 20주년…중국국가대극원 개관작품 25~28일 한국무대에
푸치니가 완성못한 3막의 이중창 등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재탄생시켜
韓·中 예술가 한 무대서 호흡
아시아 오페라 교류 시발점 기대
“성스러운 아버님.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냈어요. 그의 이름은 바로 ‘사랑’입니다.” 공주는 칼라프와 포옹한다.
투란도트 공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죽음의 공주다. 혼인을 거부하는 투란도트는 찾아오는 남자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맞혀야 청혼을 받아들인다. 맞히지 못하면 가차없이 참수형에 처한다. 투란도트는 결국엔 수수께끼를 모두 맞힌 타타르국의 왕자 칼라프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중국 고대 자금성을 배경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중국 버전으로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2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투란도트’를 올린다. 내년 한ㆍ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국가대극원 단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무대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한ㆍ중 수교 20주년을 준비하는 첫 단계로 한ㆍ중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투란도트’를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이 한국과 중국 간 오페라의 교류를 넘어 아시아 오페라 교류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작곡가 하오웨이야가 마지막 부분을 완성한 중국 버전 ‘투란도트’가 오는 25일부터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마무리짓지 못한 채 1924년 세상을 떠났다. 3막의 이중창과 피날레 부분은 작곡가 프란코 알파노가 완성했다. ‘투란도트’는 1926년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이탈리아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됐고 피날레는 2002년 현대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가 관현악과 현대적인 선율로 재탄생시켰다. 중국의 작곡가 하오웨이야는 2005년 여기에 중국 전통의 색을 가미했다.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한 3막 후반 이중창 ‘첫눈물(Del Primo Pianto)’과 피날레를 새롭게 작곡한 것이다.
이번에 선보일 중국 버전의 ‘투란도트’는 중국 국가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이자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리신차오가 지휘하고 중국국가대극원 연출가 천씬이가 연출한다. 소프라노 쑨씨우웨이가 왕자들을 죽음으로 몰지만 결국엔 사랑에 눈을 뜨는 투란도트를, 테너 목워렌과 박지응이 수수께끼를 모두 맞혀 공주의 사랑을 얻는 구혼자를 맡았다. 칼라프를 사모해 그를 지키기 위해 자결하는 노예류는 소프라노 박지현의 몫이지만 알투움 황제와 페르시아 왕자, 중국관리 핑, 팡, 퐁 등은 모두 중국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80여명의 중국국가대극원 관현악단과 60여명의 중국국가대극원 합창단 등이 함께 ‘투란도트’를 만든다. 특히 ‘투란도트’는 2007년 9월 완공된 중국국가대극원 개관 이후 첫 오페라로 올려진 작품. 중국인 작곡가가 중국의 선율을 어떻게 살려 피날레를 완성했는지 궁금증을 더한다.
3막 1장에서 칼라프 왕자가 승리를 자신하면서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와 투란도트 공주가 왜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옛날 이 궁전에서(In questa reggia)’ 등은 여러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로 꼽힌다.
투란도트 밀라노에서 성악과 작곡을 공부하고 푸치니의 ‘나비부인’으로 세계 무대를 누빈 쑨씨우웨이와 홍콩 태생 중국인 테너로 이탈리아 정부에서 최고 권위의 문화훈장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학과 예술상을 받은 목워렌이 이를 어떻게 소화해낼지도 기대를 모은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