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캐낸 집채만 한 바위에다 ‘자연보호’라는 큼지막한 글자를 새겨놓고 환경을 외치고, 획일화된 기준에 맞추어 경쟁하도록 강요하는 사회. 이런 모순되고 숨 가쁜 사회를 보다 인간미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채나눔’이라는 독특한 건축기법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는 이일훈 건축가가 이에 대한 고민과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한 생태환경 에세이집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를 냈다.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교수와 문화관광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한 저자가 건축을 통해 보여주려는 인간다운 사회는 서로 다름, 즉 다양성의 인정과 존중이다. 다양한 생각을 ‘다르다’고 보지 않고 ‘틀렸다’고 보는 데서 다툼과 균열이 온다. “세상일은 시험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바에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어야 마땅하다”는 게 저자의 건축철학이기도 하다.
책은 숲에 대한 단상(1장 숲의 둘레)에서부터 일상생활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2장 풍경의 둘레)을 넘어 그의 전공분야인 건축(3장 건축의 둘레)으로 이어진다. 근대주의의 최고 미덕인 편리함과 효율성만 쫓다보면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이 되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아름다움과 행복은 멀어진다는 그의 행복론은 건축에도 스며 있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 ‘불편하게, 밖에, 늘려살기’를 지향하는 채나눔 건축기법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편하게만, 안에서만, 좁혀서만’ 살려고 하는 숨찬 세상에 다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한 건축가의 구애가 담겨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 이일훈 ┃ 사문난적
이상화 기자/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