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고산자>에 이어, 지난봄 <은교>를 마지막으로 ‘갈망의 삼부작’을 펴낸 박범신이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의 대표 작가 박범신과 장원이 최초로 한.중 동시 연재’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작 <비즈니스> (2010. 자음과 모음)는, 개인적인 삶에 초점이 맞춰졌던 작가의 전작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작가의 말대로 ‘뜨거운 삶의 현장인 저잣거리’ 이야기다.
붉은 색 쇼파 위에 검은 색의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제목과 관련지어 볼 때 은밀하고, 선정적인 느낌이 든다. 읽으면서 미성년 아들이 볼까 숨기게 된다.
‘21세기형 새로운 꿈의 도시 ㅁ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무지막지하게 개발된 서해의 지방도시. 중국과의 교역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공업지대가 형성되고, 위락 시설들과 상업 지구가 생겨난다.
수 십층 짜리 고층 아파트들과 주요 관공서들은 신시가지로 옮겨 가고, 구시가지는 신시가지의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역할을 한다. 구시가지는 버려진 포구의 비린내와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짐승의 마을’이다. 이곳을 ‘떠난 자는 성공한 자이고 머무는 자는 실패자이다.’ (p11)
구시가지에 살고 있는 ‘나’는 중학생 아들의 과외비를 벌기위해 몸을 판다. 나에게 아들은 사법고시에 탈락한 후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남편을 대신할 유일한 희망이다.
어느 날 손님으로 만난 ‘그’도 자폐아 아들과 구시가지에 살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아내와 사별했고, 운영하던 횟집도 도시 개발로 인해 잃었다. 그는 신시가지의 부유층 집들을 털며, 신출귀몰한 ‘타잔’이라 불린다.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시장 때문에 대유행어가 된 ‘비즈니스맨’. 내가 몸을 파는 것이나 그가 도둑질을 하는 것도 ‘비즈니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간 매춘에 대해 죄책감과 갈등을 겪어왔던 나는, 착한 심성을 가진 그를 만난 이후 그 ‘비즈니스’를 하지 않게 된다. 또한 그의 자폐아 아들을 보살펴 주면서 사랑과 모성애도 느낀다.
그는 시장을 납치한 후 도피하는 몸이 되고, 나도 ‘타잔의 정부’로 알려지면서 그간의 모든 일이 드러난다. 남편과 아들을 떠나 음식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엄마처럼 따르는 그의 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는 혼잣소리를 한다. “지금 ---- 참 좋아----.” (p237)
교육이 신분 상승의 목표가 된 지 오래된 나라, 자식의 과외비를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유일한) 나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 것 같아 비애가 느껴진다.
빈부격차가 더 극심해 지고, 그걸 극복할 방법이 요원한 현 사회구조에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더 치열하게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그 욕망을 버리고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지 암담하다. 결국 모든 걸 잃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진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씁쓸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