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성란이 등단이래 첫 산문집을 냈다. <왈왈>(아우라, 2010). 2009년 1월 19일부터 2009년 연말까지 한국일보 ‘길 위의 이야기’란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신문 지면으로 읽지 않았기에 더 반갑다. 이 연재의 특징은 650자 내로 맞춰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날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덜어내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늘여 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상의 기록이다. 가족을 시작으로 시댁과 친정, 직장 동료, 지인들과의 만남과 단상들을 솔직하게 담았다. 하루 하루의 기록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어지기도 한다. 사회 문제나 유행했던 문화나 신종플루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작가다 보니 문인들과의 교류도 엿볼 수 었었고 잠깐 잠깐 작가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하성란의 산문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만날 수 있어 더 좋다. 중학생인 큰 딸과 두 돌 배기 아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일하는 엄마의 고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일터가 있는 홍대 주변의 풍경, 직장인의 점심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나 쌀 농사를 짓는 시어머니의 쌀값 걱정도 그러하다.
방 안에서 자식들이 와도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친정 아버지에 대한 글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담배를 피웠다는 말에 놀랐다. 냉장고 속 검은 봉지에서 어떤 모양의 음식물이 튀어나올까 겁내는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해서, 유명 작가도 주부이고 엄마라는 묘한 동질감에 웃었다. 시골에서 보내온 무를 바빠서 제대로 손질하지 못하고 무꽃이 핀 후에야 발견하고 쓴 글이 오래 남는다.
‘무꽃은 처음 보았다. 엄지 손톱만한 꽃들이 동글동글 맺혀 있다. 대체 어떻게 해서 꽃까지 피울 수 있었을까. 아하, 무는 제 속의 수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워낸 모양이다. 쪼글쪼글해진 무가 꼭 어머니 같다.’ p 47
제 속의 수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는 무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엄마들, 취직을 하기 위한 청년들, 명예퇴직이란 짐을 매달고 살아야 많은 가장들, 자식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홀로 겨울을 나는 우리네 부모님도 그러할 것이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절함으로 일상에서 찾은 소재를 확장시켜 쓴 글은 편안하다. 650자 안에 많은 것을 담아 낸 힘은 작가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일상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글들, 반복된 시간, 반복된 공간에서 하성란이 관찰한 삶은 아름다웠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일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