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을지병원이 영리 목적의 방송사업에 주요주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정관에도 방송사업에 관한 내용은 일절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의료법 위반은 물론 의료법인의 개설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을지병원을 관할하는 서울 중구 보건소 측은 을지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갔다.
중구 보건소는 5일 을지병원의 정관 내용에 방송사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을지병원의 현재 정관 어디에도 방송업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으며 방송업을 사업에 추가했다면 정관변경을 신청했어야 하는데, 을지병원은 그러지조차 않았다”고 밝혔다.
을지병원이 엄연한 영리사업인 방송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법률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의료법 시행령 20조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영리추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의료법 49조에 언급된 의료관계자 교육, 의료 연구, 노인의료복지시설, 장례식장, 부설주차장 등 극히 제한적인 부대사업만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측은 4일 자사 보도를 통해 “을지병원의 보도채널 투자 행위는 위법이 아니다”며 “영리추구 금지 조항을 일체의 투자 금지로 보는 것은 법규의 지나친 축소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을지병원의 정관에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자의적 법률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추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만큼 일선 병원에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정관상 명시된 부대사업은 어디까지나 의료법에 규정된 부대사업에 국한된다.
일선의 한 병의원 컨설턴트는 “연합뉴스 말대로라면 모든 의료법인의 영리추구 행위가 전면적으로 허용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데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라면서 “그러면 뭣하러 일선 병원들이 수년 전부터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을지병원을 관할하는 중구 보건소 측은 4일 을지병원 관계자를 불러들여 해명 자료를 제출받는 등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본격 실사에 들어갔다. 을지병원 측은 4일 오후 보건소에 세무 관련 책자를 제출하고 이번 논란에 대해 일부 의견을 표명했다.
보건소 실사 관계자는 “의료법과 세법이 얽혀 해석이 분분한 데다 이번 건을 계기로 타 비영리법인의 영리 활동을 판단하는 주요 사례가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만큼 더 이상 보건소 단위에서 머물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복지부에서 하루빨리 판단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의 당사자인 을지병원 관계자는 5일 “방송을 통한 공익성 실천이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소 측의 실사 방침에 대해서는 “성실히 실사를 받을 것이며 같은 법에 따른 해석을 요하는 문제인 만큼 실사 후 법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